민주주의는 인권 보호, 평화, 경제적 번영, 그리고 자유 증진의 기초를 형성하는 체제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새벽녘의 안개처럼 한순간에 불안정해질 수 있으며, 한때 찬란히 빛나던 체제도 시간이 지나며 흐릿해지거나 새로운 변화를 통해 다시 찬란해질 수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는 정치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는 기둥이 흔들리고 있으며, 인권과 평등의 가치가 희미해지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인류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정치 체제로 자리 잡았던 민주주의는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폭력, 갈등과 혐오가 극심해지면서 그 기본 정의와 가치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미국에 기반을 둔 비정부 기구인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는 지난 50년 이상 전 세계의 정치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를 추적하고 평가해왔으며, ‘자유는 정부가 국민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꽃핀다’라는 신념으로 설립되었다.
2023년 ‘프리덤 하우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자유’ 지수는 18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으며, 전 세계 인구의 80%가 자유가 제한되거나 부분적 자유만을 누리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52개국에서 정치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가 축소된 반면, 21개국에서만 개선이 이루어져 전반적인 자유 지수는 하락세를 보였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은 ‘프리덤 하우스의 전 세계 자유’ 보고서에서 100점 만점에 83점을 기록하며 ‘자유로운(Free)’ 상태로 평가되었다. 이 점수는 정치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를 포함한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측정된 결과다. 우리나라 외에도 자유로운(Free) 상태로 평가된 국가는 미국, 캐나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독일 등 민주주의와 시민적 자유가 잘 보장되는 북미와 유럽 국가들이 있다.
‘니콜 비빈스 세다카(Nicole Bibbins Sedaca)’는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정부를 의미하며, 공유된 가치와 기본 원칙에 대한 헌신, 모든 시민에게 책임을 지는 기관, 법치주의 준수, 그리고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가 단순한 체제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헌신과 가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야나 고로호프스카야(Yana Gorokhovskaia)’와 ‘캐서린 그로시(Cathryn Grothe)’의 2024년 보고서는 “결함 있는 선거와 무력 충돌이 전 세계 자유와 민주주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라며, 미국이 오랜 기간 동안 세계화 ‘자유’ 확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지적하면서,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의 민주적 가치와 제도가 강화될지, 혹은 약화될 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미국은 오랫동안 전 세계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지만, 지난 13년 동안 미국의 ‘세계 자유’ 지수는 100점 만점에서 11포인트 하락하며 그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마크 드 라 이글레시아(Mark de la Iglesia)’는 “지난 13년 동안 미국은 민주주의 후퇴의 여러 징후를 보였으며, 2023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선거 조작이었다”라면서, “선거 조작은 26개국의 자유 지수를 낮췄으며, 선거 결과를 사후에 뒤집으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 선거 주장은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고, 이는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민주적 절차와 규범에 심각한 타격을 주며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의 갈등, 아프리카의 군사 쿠데타 등은 불안과 억압으로 인해 민주주의 ‘자유’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선은 트럼프와 해리스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민주적 가치, 절차, 제도가 강화될지 약화될 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로가 될 것이다.
미국은 지난 13년 동안 세계 자유 지수에서 11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자유로운(Free) 상태로 분류되기 때문에 민주주의 후퇴는 민주주의 자체의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주적 규범과 제도의 약화를 나타내며 정치적 양극화, 허위 정보, 규범의 약화로 인해 민주주의 후퇴가 현실적인 우려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적인 민주화 상징의 국가로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도적 안전장치와 민주적 원칙을 고수하는 정치적 리더십, 그리고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북한의 러시아 군사 지원 등으로 인한 안보 불안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확산과 정착은 개별 국가와 국제사회의 일관된 노력이 요구되는 장기적 과제이다. 더 큰 자유를 향한 길은 멈추지 않아야 하며, 민주 정부는 국내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정치적 참여와 책임성을 확장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수호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헌신이 있을 때에만 진정한 민주주의는 지켜질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들의 경각심과 정치적 참여가 필수적이다.